티스토리 뷰
목차

1978년 발효된 한일 남부대륙붕 공동개발협정(JDZ)이 2028년 6월 22일이면 50년을 채웁니다. 주유소 기름값 표지판에 눈이 가는 운전자로서, 국제유가가 다시 고점을 향해 움직이는 요즘 제7광구 뉴스가 유독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정작 "2028년이면 제7광구가 일본 것이 된다"는 말이 돌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협정 만료와 영토 귀속은 정말 같은 이야기일까요?
국제법의 시계는 1974년에 멈춰 있지 않다
제7광구를 둘러싼 논쟁의 뿌리는 두 가지 상충하는 논리입니다. 한국은 한반도 해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자연적 연장(natural prolongation)' 원칙을 중시했고, 일본은 양국 해안에서 같은 거리를 재는 '등거리선(equidistance line)'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결국 1974년 양국은 경계를 먼저 확정하는 대신 중첩 해역을 공동개발구역으로 묶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 협정이 1978년 발효됐다는 사실은 출처: 유엔 조약 데이터베이스(UN Treaty Collection)에서도 확인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 국제해양법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란 바다 위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국제조약으로, 연안국에게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이내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부여합니다. 1985년 ICJ 리비아-몰타 대륙붕 사건에서 법원은 문제가 된 해역이 양국 해안 200해리 안에 들어올 경우 물리적인 자연적 연장만으로 경계를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970년대 한국이 의지했던 논리에 정면으로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더 결정적인 변화는 2023년 ICJ 니카라과-콜롬비아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ICJ는 관습국제법상 한 국가의 200해리 바깥 연장대륙붕 권원이 다른 국가 기선의 200해리 안쪽까지 침범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을 제7광구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리 조건이 다르고 기존 협정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이 판례를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자연적 연장 하나로 한국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이었습니다. 국제법의 시계는 분명히 앞으로 흘렀습니다.
그렇다면 공동개발은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일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UNCLOS 제74조는 EEZ 경계 합의 전에 실질적인 잠정 합의를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합니다. 쉽게 말해 경계선을 먼저 그어야 자원을 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계 협상과 자원개발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국제법이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제7광구 공동개발협정은 사실 이 흐름에 정확히 부합하는 구조였습니다.
해외 5개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 해법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선택들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직접 사례를 정리하면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성공한 공동개발은 예외 없이 "경계 문제와 자원개발 문제를 분리"했다는 것입니다.
- 말레이시아-태국: 1979년 MOU 체결, 약 7,250㎢ 중첩 해역에 Malaysia-Thailand Joint Authority(MTJA) 설립. 경계 미확정 상태에서 실제 석유·가스 생산 중(출처: MTJA 공식 사이트)
- 나이지리아-상투메프린시페: 2001년 조약 체결, 약 3만4천㎢ 공동개발구역, 수익 60대40 배분, 별도 공동개발청이 라이선스·탐사 관리
- 호주-동티모르: UNCLOS 강제조정 절차를 활용해 2018년 해양경계조약 체결, Greater Sunrise 가스전 수익을 동티모르에 70~80% 배분하는 구조 설계
-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분할중립지대 Khafji·Wafra 공동유전을 상설위원회를 통해 장기 운영 중. 지하 유·가스전은 사람이 그은 경계선을 따라 묻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
- 북해대륙붕(1969년 ICJ 판결): 자연적 연장과 형평 원칙을 강조하면서 중첩 대륙붕에서 당사국이 공동 관할·개발 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을 판결문에 명시
이 다섯 사례를 보면 제7광구의 선택지가 "한국 것이냐, 일본 것이냐" 두 가지가 아님이 분명해집니다. 공동개발이라는 세 번째 길은 국제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실용적 해법입니다.
2028년과 유가 상승, 무엇이 먼저 움직여야 하나
주유소 표지판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리터당 10원, 20원에 경로를 바꾸는 운전자의 심리와 "유가가 오르면 제7광구 개발이 시작된다"는 기대는 구조가 비슷합니다. 자극은 즉각적이지만, 실제 행동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제7광구 역시 유가 상승이 경제적 유인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개발의 시작 버튼은 아닙니다.
해상유전은 육상유전보다 비용이 훨씬 큽니다. 3D 탄성파 탐사(3D seismic survey)란 음파를 해저로 쏴 지층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기술로, 유망 구조를 찾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실제 유·가스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탐사정 시추를 통해 저류층(reservoir), 즉 석유·가스가 실제로 갇혀 있는 지층을 직접 뚫어봐야 압력·유체 성상·회수율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제7광구 논의에서 "9,000조 원어치 석유가 있다"는 식의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는, 지질학적 잠재자원과 시추로 확인된 확인매장량(proved reserves)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2028년 6월 22일이 중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로 오해가 많습니다. 협정 종료 조항이 있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협정이 끝난다고 해양경계가 자동으로 확정되거나 어느 한쪽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과거 분석에서 협정 종료 가능성과 함께 안정적인 대륙붕 개발 협력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028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협상의 기점일 뿐입니다.
제가 솔직히 아쉽게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태국이나 나이지리아-상투메프린시페 사례처럼 성공한 공동개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쪽이 먼저 외교 테이블로 나올 강한 유인을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제7광구 논의에서는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한국 측의 유인책과 리스크 관리"가 빠져 있다고 느낍니다. 일본이 시간 끌기를 선택하거나 200해리 중간선 논리를 앞세워 독자 개발 가능성을 흘린다면, 단순히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2028년 이후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하면 기존 협정 유지, 새로운 공동개발협정 체결, 최종 해양경계 협상, 그리고 합의 실패로 인한 장기 정체 네 가지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협상에서 가장 나쁜 결과는 선택지가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서 생깁니다. 한국이 2028년 전에 구체적인 제안을 먼저 들고 나가지 않는다면 시간은 일본 편에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8년이면 제7광구가 자동으로 일본 것이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협정 종료와 해양경계 확정은 전혀 다른 법적 사건입니다. 협정이 끝나더라도 해당 해역의 영유권이나 주권적 권리가 자동으로 어느 한쪽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며, 이후 별도의 경계획정 협상이나 새로운 공동개발 합의가 필요합니다.
Q. 한국이 제7광구에 단독으로 시추할 수 있나요?
A.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법적으로 권한이 있는 것은 별개입니다. 현행 한일 공동개발협정은 양국 조광권자와 운영협정을 통한 공동 탐사·개발 구조를 규정하고 있어, 일방적인 상업개발은 심각한 법적·외교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Q. 제7광구에 정말 9,000조 원어치 석유가 있나요?
A. 현재로선 확인된 수치가 아닙니다. 지질학적 잠재자원과 시추로 확인된 확인매장량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실제 상업 규모를 파악하려면 탐사정과 평가정 시추를 통해 저류층 압력·유체 성상·회수율을 직접 측정해야 합니다.
Q. 유가가 오르면 제7광구 관련주를 사도 되나요?
A. 뉴스만 보고 추격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관련주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실제 제7광구 사업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금융감독원 DART 공시를 통해 계약 여부, 사업 참여 지분, 예상 매출 기여 가능성을 확인한 뒤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Q. 말레이시아-태국 공동개발 방식이 제7광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나요?
A. 그대로 이식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Malaysia-Thailand Joint Authority(MTJA) 모델처럼 경계 획정과 자원개발을 분리하고 공동관리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은 제7광구가 참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설계 원리입니다. 한일 양국의 정치적 의지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결론
제7광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유가 하나가 아닙니다.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진짜 승부는 땅속 석유보다 협상 테이블에서 먼저 난다는 점입니다. 확인매장량도 없고, 공동탐사 재개 합의도 없고, 새로운 운영기관 설계도 없는 상태에서 유가 상승과 2028년이라는 숫자만 반복되면, 결국 소음만 커질 뿐입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향은 2028년 전에 구체적인 공동탐사 재개안과 새로운 협력체제 초안을 들고 먼저 나서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태국이 증명했고, 나이지리아-상투메프린시페가 증명했듯, 경계선보다 먼저 자원개발의 틀을 짜는 것이 더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주유소 기름값 표지판이 오를 때마다 에너지 주권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그 무게를 실제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입니다.
참고: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ghdl2006&logNo=224383298074&navType=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