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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저는 솔직히 기쁘기보다 먼저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그 돈이 결국 어디서 나오는 건지, 세금으로 얼마나 더 내야 하는 건지가 먼저 걱정됐거든요. 최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경기도 재정 비상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저도 경기도민이다 보니 이 뉴스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방채 한도 99.6%, 경기도 재정은 지금 어디쯤인가
일반적으로 경기도는 인구가 1,400만 명이 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몰려 있어 세수 걱정은 없을 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치를 들여다보니 얘기가 달랐습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총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여기서 지방채(地方債)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 쉽게 말해 도 단위의 공식적인 빚을 의미합니다. 경기도의 지방채 발행 한도가 9,460억 원이니 한도의 99.6%를 이미 채운 셈입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거의 꽉 찬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추미애 지사는 "마른 땅에 풀 한 포기도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도지사·고위공직자의 업무 경비 감액, 낭비성 예산 전면 중단, 조직 체질 개선을 선언했죠. 표현이나 방향이 예전에 어딘가서 들어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건 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연도별 지방채 발행 내역을 찾아봤는데, 2024년 경기도의 지방채 발행액은 4,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크게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임 김동연 지사 시절에 발행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비상선언의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재정 악화의 뿌리는 어디인가
재정 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문재인 정부가 상위 80%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재난소득을 경기도는 나머지 20%까지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 도민 대상 보편 지급을 단행했습니다. 2021년 국민일보 보도(출처: 국민일보)에서는 "이재명의 재난소득, 결국 경기도민의 빚이다. 14년 동안 갚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폭풍이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보입니다. 당시 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 주변 친구들 반응도 저와 비슷했습니다. "좋긴 한데, 이게 다 나중에 세금으로 돌아오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당시에도 했었거든요. 기초생활수급자나 실질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집중하는 복지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재정 효율성 면에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경기도 지방채 발행 누계: 지난해 기준 9,430억 원 (한도 9,460억 원 대비 99.6%)
- 2024년 발행액: 4,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 — 전임 도정에서 이미 축소 기조
- 코로나19 시기 이재명 도지사 재임 시절 기금 인출 및 지방채 발행 병행
-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취득세 등 지방세수 감소가 현재 재정 압박 가중
재정건전성 경고가 정치적 포석으로 읽히는 이유
이번 추미애 지사의 재정 비상선언을 보면서 제가 솔직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행정 발표인가, 대선 선언문인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표현의 강도, 타이밍, 그리고 비판의 화살이 전임 김동연 지사에게만 향한다는 점이 묘하게 계산된 느낌을 줬습니다.
재정건전성(財政健全性)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입 범위 안에서 지출을 유지하고, 채무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 신용등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국제 채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기업 투자 환경도 악화됩니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출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서도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채무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상위권입니다. '실제 부도' 가능성을 논하기보다는 과도한 복지 지출과 지방채 누적이 재정 운영의 유연성을 얼마나 빼앗아 갔느냐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추미애 지사는 이재명 전 도지사 시절의 재정 집행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김동연 전 지사만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특정 시기만 체리피킹해서 비판하는 방식은 재무제표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금방 들통이 납니다.
2030년 대선을 겨냥한 시나리오인가
경기도지사 임기는 2026년 지방선거와 맞물리고, 그 이후가 2030년 대선입니다. 지금 '재정 비상선언 → 긴축 → 4년 뒤 빚 갚았다'는 서사를 완성하면, 대선 주자로서의 행정력을 입증하는 스토리가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빚 청산 후 성과 홍보' 공식과 구조가 매우 유사합니다.
이 시나리오가 실제인지 아닌지는 저도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경기도가 전국에서 인구와 산업 기반이 가장 탄탄한 광역자치단체임에도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는 건, 이미 우리나라 지방재정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키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세입이 생기면 빚부터 갚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쓸 궁리부터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기도의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이 곧 맞이할 미래'처럼 보인다는 지적은 과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세제 개편안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임신·출산·자녀 관련 공제 축소,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공제 한도 감소 등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세 부담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고유가 재난지원금처럼 단발성 지급은 계속되는데, 구조적 공제는 조용히 깎이는 방식입니다. 한쪽 주머니에서 받고 다른 주머니에서 더 빼앗기는 느낌,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건 아닐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기도가 진짜 부도날 수 있나요?
A. 실제 파산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이고, 국내 지자체는 법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보전을 받는 구조입니다. 다만 지방채 발행이 한도의 99.6%에 달한 만큼, 추가 재원 조달 여력이 사실상 소진됐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Q. 경기도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있는데 왜 세금이 부족한 건가요?
A. 법인세는 국세로 국가에 귀속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가져가는 건 취득세·지방소득세·재산세 같은 지방세입니다. 부동산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 취득세 수입이 급감하는데, 최근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경기도의 자체 세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대기업이 많다고 해서 지자체 살림이 자동으로 풍족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Q. 재난지원금을 뿌린 게 지금 재정 위기의 원인인가요?
A. 직접적인 단일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시기 이재명 전 도지사 시절 전 도민 대상 재난소득을 반복 지급하는 과정에서 기금을 인출하고 지방채를 발행했고, 그 상환 부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여러 보도에서 확인됩니다. 부동산 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진 구조입니다.
Q.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복지 예산을 줄이겠다는 건데, 실제로 어떤 예산이 줄어드나요?
A. 현재 추미애 지사는 낭비성 예산 집행 전면 중단과 공직 조직 체질 개선을 선언한 수준이며, 구체적인 복지 항목별 삭감 내역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도지사·고위공직자의 업무 경비 감액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복지 예산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범위는 추후 예산안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결론
경기도 재정 비상선언은 단순히 한 광역자치단체의 살림 문제가 아닙니다. 선심성 예산 집행이 쌓이면 언젠가 반드시 청구서가 날아온다는 걸,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재난지원금이 나올 때마다 기쁘기보다 세금 걱정이 먼저 들었던 건 괜한 걱정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재정 비상이 진짜 위기를 막기 위한 신호탄인지, 아니면 4년 뒤 대선을 위한 정치적 스토리의 시작인지는 지금 당장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방재정운용계획이나 예산 편성 내역을 직접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